Tag Archive for: Armature

보토스 패밀리는 9월 20일에 드디어 방송됩니다

Comma Studio’s new TV series <Botos Family> will go on the air this month in South Korea. This stop-motion animation series features the lives of three naughty cats with their owner, Mr. A. This show has 54 episodes, with a running time of 3 minutes 30 seconds each. Thinking Hand Studio has made various types of rigs and armatures ranging from 5cm to 55cm for this project. 콤마스튜디오가 제작한 TV시리즈 <보토스 패밀리>가 곧 방송될 예정입니다. 반려묘인 보리, 토토, 모찌와 주인인 A씨가 함께 살면서 좌충우돌하는 일상을 재미있게 그려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죠. 러닝타임 3분 30초의 에피소드 54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Thinking Hand Studio는 이 프로젝트에서 5cm부터 55cm까지 다양한 형태의 관절뼈대와 리깅을 만들었습니다. #보토스패밀리 #botosfamily #콤마스튜디오 #commastudio #스톱모션 #stopmotion #tvseries #애니메이션 #armature #thinkinghandstudio #관절뼈대

게시: Thinking Hand Studio 2018년 9월 16일 일요일

Comma Studio’s new TV series <Botos Family> will go on the air this month in South Korea. This stop-motion animation series features the lives of three naughty cats with their owner, Mr. A. This show has 54 episodes, with a running time of 3 minutes 30 seconds each. Thinking Hand Studio has made various types of rigs and armatures ranging from 5cm to 55cm for this project.

위 영상은 콤마스튜디오에서 제작한 TV 시리즈 <보토스 패밀리>의 예고편입니다. 반려묘인 보리, 토토, 모찌와 주인인 A씨가 함께 살면서 좌충우돌하는 일상을 재미있게 그려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죠. 바로 이번 달인 9월 20일 목요일부터 매주 오후 5시 15분에 KBS 2TV를 통해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보토스 식구들을 TV에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5월 가족의 달을 맞이해 특집편으로 편집된 <보토스 패밀리>를 방송한 적이 있거든요. TV 시리즈에 들어갈 에피소드 가운데 몇 개를 골라 먼저 공개한 거죠.

이 특집편에서 보여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는 놀랄 만했습니다. 본 방송에서도 이 정도의 수준이 유지된다면 <보토스 패밀리>가 한국 스톱모션 업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보토스 패밀리 Thinking Hand 관절뼈대

이렇게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을 만든 콤마스튜디오는 이희영 감독과 양종표 감독이 대표를 맡고 있는 스톱모션 전문 제작 스튜디오입니다. 이 두 감독은 원래 우리나라 스톱모션 업계에 오래 몸담고 있던 작업자 출신으로 2009년 독립해 자체 회사를 설립했죠. 콤마의 제작 스텝 또한 우리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많습니다.

스톱모션에서는 스텝들의 숙련도가 작업의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큽니다. 콤마스튜디오는 현장에서 아직도 현역으로 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두 감독과 실력 있는 스텝들 덕분에 TV 시리즈뿐만 아니라 광고와 장편 작품까지 다양한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콤마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유일하게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곳이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 제작 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손에 익어야 작업을 잘 할 수 있는 게 당연하죠. 콤마스튜디오는 국내에서 경력 10년 이상의 스톱모션 제작 스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스튜디오입니다.

하지만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스텝들의 숙련도만은 아닙니다. 제작 환경도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콤마의 제작 스튜디오는 그 크기만 약 300평으로, 미국의 중견 스톱모션 스튜디오와 맞먹는 규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3대의 모션 컨트롤 촬영장비(MCC), 레이저 커팅기, 3D 프린터까지 갖추고 있죠.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스톱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 스톱모션 시장은 그 규모가 더 작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콤마스튜디오가 구축한 스톱모션 제작 시스템은 서구의 웬만한 스튜디오를 압도합니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스톱모션 환경에서 자력으로 생존한 스튜디오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TV 시리즈로 자체 콘텐츠까지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외국 스톱모션 업계 친구들에게 콤마스튜디오를 늘 자랑스럽게 소개하곤 합니다.

이제 콤마스튜디오가 지난 수년간 노력한 결실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됩니다. 한국의 실력 있는 스톱모션 스튜디오인 콤마스튜디오의 첫 TV 시리즈 <보토스 패밀리>를 많이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This is a trailer of <Dancing Frog> by Jinman Kim. You can see my armature move inside the body of the lead character in light green.

김진만 감독의 2018년 신작 <춤추는 개구리>의 트레일러입니다. Thinking Hand Studio에서 주인공 개구리의 관절뼈대를 제작했습니다.

김진만 감독의 신작 <춤추는 개구리(Dancing Frog)>의 예고편이 나왔습니다. 김진만 감독은 <소이연>, <그물>, <오목어> 등의 작품으로 다수의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죠. 현재 한국 인디 스톱모션계를 선도하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김 감독의 작품은 언제나 묵직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작품이 상업물에 비해 약간 투박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품 속에 내포된 풍부한 은유를 통해 김 감독의 심오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춤추는 개구리>는 전작들보다 분위기가 좀 더 가볍습니다. 모노톤이던 예전 작품과는 달리 신작에서는 화려하고 맑은 컬러를 시도했고, 캐릭터에 보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부여했죠. 김 감독이 기존의 틀을 깨고 나와 파격적인 실험을 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김우찬 감독의 관절뼈대를 사용한 캐릭터

주인공 개구리 캐릭터.

김우찬 감독의 작업 손과 힙부품

위의 사진은 김진만 감독의 신작 단편 <춤추는 개구리 Dancing Frog>에서 주인공 뼈대에 들어가는 힙 부분입니다.

작업하다 보면 가끔 악에 받쳐 완성할 때까지 부품과 씨름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 힙 부분을 만들 때도 정말 진이 빠졌죠. 차라리 좀 더 작은 크기의 볼로 이걸 만들었으면 더 수월했을 테지만, 몇 가지 이유로 사진에 보이는 크기의 볼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작품을 보니 이런 고생을 한 것도 정말 보람이 있더군요. 이 작품에서 뼈대 제작자의 의도를 뛰어넘는 감독의 애니메이팅 실력에 깜짝 놀랐죠. 실력을 발휘한 김진만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2016년 초봄, 두 가지 다른 버전의 손 관절뼈대를 만들었습니다. 실험적인 스톱모션으로 유명한 퀘이형제 작품에 들어가는 30cm 정도의 휴머노이드 뼈대에 장착될 손이었죠. 위의 이미지는 여러 테스트를 끝내고 마무리될 즈음에 기록으로 남긴 것입니다.

사진 속 연필과 손 관절뼈대와 비교해 보면 대충의 사이즈를 가늠할 수 있을 겁니다. 30cm 키를 가진 관절뼈대에 적당한 비율의 손인지라,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두께도 1mm도 채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얇습니다.

뼈대를 제작하다 보면 기계로 가공할 수 있는 한계치에 근접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위 사진 속의 손 관절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번 작업은 손의 입체적이고 정교한 움직임을 아주 작은 공간에 집약시키는 게 관건이어서 좀 애를 먹었습니다.

20년 가까이 뼈대를 만들다 보니 퀘이형제를 위한 손 관절뼈대처럼 기억에 남는 뼈대가 꽤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번 작업은 복제본을 만들었지만,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주문한 수량에 맞춰 제작한 관절뼈대 최종본은 바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실제로 사용됩니다. 스톱모션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초반에 뼈대가 완성되어야 다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뼈대 작업은 언제나 촉박한 스케줄에 쫓기는 편입니다. 그런데다 제작 시간도 많이 드는 터라 여벌의 복제본을 만들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100편 이상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제가 현재 소장하고 있는 뼈대 복제본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경력상 큰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의 뼈대 중 일부만 복제본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지인들이 제게 전시회를 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할 때마다 곤혹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죠. 전시에 필요한 작품 수를 채우기 위해 다시 복제본을 제작할 생각을 하니 너무 막막했거든요.

몇 달 전 지인에게 전시회 얘기를 또 들었습니다. 무관심했던 이전과는 달리 그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았죠. 이제 반백이 넘은 나이가 되면서 제가 이제껏 해 온 작업들을 한번은 정리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나 봅니다.

위의 이미지는 워커를 위해 만든 부품 사진입니다.  몇 주간 계속하고 있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최근에 금속가공에 관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어서 겸사겸사 이 이미지를 올립니다. 카운트보링은 볼트의 머리가 가공면 위로 돌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홈을 파는 작업을 말합니다.

위 사진의 부품에 보이는 둥근 홈을 파는 가공을 일컫는 기술적인 용어입니다. 해외 어떤 분이 이걸 무슨 대단한 기술처럼 말하더군요. 이 기술이 마치 뼈대의 고급 기종과 저급 기종을 나누는 것처럼 말이죠ㅎㅎ.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입니다. 카운터 보링은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단순 테크닉입니다.

예전 한 스튜디오에서 만들었던 몇천 원짜리 청계천표 조인트에도 카운트 보링이 나 있습니다. 그게 그리 고급스러운 기술이라면 그 조인트가 볼을 다 갉아 먹고, 압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단순히 어떤 기술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좋은 뼈대와 나쁜 뼈대를 구분 짓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런 구닥다리 선입견은 우리나라에도 있었습니다. 한 20년 전에 말이죠.

카운트 보링은 단순 테크닉인지라 필요할 때 사용하면 됩니다. 인형을 만들다 보면 특정 재질로 인형을 만들거나 피부를 얇게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면 카운트 보링으로 조인트 면의 높이와 볼트 대가리의 높이를 비슷하게 맞추면 인형제작과 내구성에 도움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뼈대 조인트에 카운트 보링을 넣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사용하는 뼈대일 경우에는 말이죠. 이것은 저의 경험치이기도 하지만 작업장의 다른 엔지니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위 영상을 제작한 게리 슈월츠 감독과는 15년 지기 친구입니다. 지난달 그로부터 제가 만든 관절뼈대를 사용한 영상이 완성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전시를 소개하는 영상이었는데 게으름 때문에 전시 막바지쯤 올려봅니다. ㅎㅎ

게리는 오랜 친구지만 그를 한마디로 소개하라면 대답하기가 애매합니다. 워낙 다양한 활동을 해서 말이죠. 현장에서 만난 가장 오래된 칼아츠 졸업생인 그는 디즈니를 비롯한 많은 애니메이션 회사 소속으로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미시간 아트 스쿨에서 교편을 잡고 있지만, 전 세계 곳곳의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번 애니메이션 워크숍과 더불어 사회 봉사의 일환으로 애니메이션을 전파하러 다닙니다. 심지어 교도소까지도 말이죠.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타인과 공유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멋있어지는 친구입니다.

I had no idea that this animation would become a huge hit on YouTube. It has more than 4.2 million views on YouTube now. Almost all Korean babies and little kids have watched this animation song. This video was animated by ShowTime Studio in South Korea.

콘텐츠 제작을 하면서 팬들의 반응을 예측하기란 어렵습니다. 돈을 어마어마하게 투자했지만 폭망하는 프로젝트가 있지만, 적은 자본으로 컨셉 하나만 가지고 대박 나는 경우도 있죠. 물론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로의 크롱 캐릭터를 이용한 위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다른 경우일 수 있습니다. 워낙 인지도가 높고 꾸준히 투자해온 캐릭터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스톱모션 제작이란 한쪽 면에 맞춰 이 방귀송을 본다면, 정말 저비용 고효율의 절대 강자이지 않을까 싶네요. 벌써 유투브 조회수 4.2백만을 훌쩍 넘었습니다. 이쯤이면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가 봤을 수도 있습니다. 역시 인기는 하늘이 점지해 주는 건가요?! 스톱모션 제작은 김준문 감독의 쇼타임 스튜디오에서 했고, 저는 리깅과 알사뼈대의 타이다운으로 참여했습니다.

Armature 김우찬 감독의 공구 바이스

위 사진은 바이스라는 공구입니다. 참 오랫동안 사용한 공구인데, 제 기억으로도 한 20년이 넘었죠. 용접이나 열 처리 같이 고열을 가할 때나 산 처리 같이 험한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막바이스입니다. 그래서인지 바이스 여기저기에서 불에 검게 그을린 자국과 산으로 생긴 녹을 볼 수 있습니다.

원래 바이스는 상단의 바이스면이 평평한데, 위 사진에서는 그 부분에 구멍 몇 개가 나 있습니다. 용접 시에 피용접물을 잡기 위해 바이스면에 홀 가공을 했기 때문이죠. 원래 형태에 비해 많이 너덜너덜해져서 공장 구석에 처박혀 있는 공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바이스만큼은 제가 어떤 작업을 하든 항상 옆에 끼고 있는 최애 공구입니다.

제가 모든 프로젝트에서 테스트 버전, 즉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에는 이 바이스를 사용합니다. 프로토타입에서 중요한 부분은 외양이 아니라 기능(뼈대의 움직임)이기 때문에, 이 바이스로 빠르게 용접과 땜을 하여 여러 가지 버전을 테스트합니다.

제 뼈대는 CNC 기계 가공 덕분에 깔끔한 만듦새를 가지고 있어 종종 클라이언트에게 감탄을 받곤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멋진 최종 버전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죠. 그 과정은 이 바이스의 모습처럼 우아함과는 완전 거리가 멉니다.

이번 주에도 또 다른 가공을 하기 위해 바이스면에 두 개의 구멍을 냈습니다. 제 경력이 길어지는 만큼 이 바이스에도 훈장 같은 흔적이 늘어나는 것 같네요.

 

<무한도전>이 13년간의 방송을 이제 마무리 했습니다. 오랜 팬으로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종방을 계기로 제가 참여했던 무한도전 클레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추억해 봅니다. 다음 글은 제가 스톱모션 코리아가 커뮤니티였던 시절, 김준문 감독과 함께 만든 인터뷰 형식의 제작기 입니다.

 

<1부에서 이어집니다>

 

Q. 인형을 바닥에 고정하는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A.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는 캐릭터의 고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밑에서 자석으로 고정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Q. 자석 타이다운(tie-down)을 사용하려면 바닥 자체부터 일반세트 바닥과 달라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김 감독의 제작 방식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A. 처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하는 분이라면 캐릭터를 바닥에 안전하게 고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이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는 가장 기본이고,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캐릭터를 바닥에 고정시키는 방법으로는 볼트 고정 방식과 자석 고정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자석 고정 방식으로 무한도전 애니메이션을 촬영했습니다. 캐릭터의 발바닥을 철판으로 만들고 테이블 밑에서 자석으로 고정시킵니다. 이때 캐릭터가 서 있는 테이블 판의 두께가 두꺼우면, 자석의 자력이 캐릭터 발바닥에 미치는 힘이 약해집니다. 최대한 테이블 판을 얇은 것으로 하되, 너무 얇아 출렁이면 안 됩니다. 자신의 촬영 테이블의 사이즈에 맞는 적절한 두께를 사용해야 합니다. 혹, 테이블 판이 출렁인다면 중간에 지지대로 받쳐 주면 됩니다.

자석의 자력은 기본적으로 강한 것이 좋습니다. 화방이나 문구점에서 파는 자력으로는 캐릭터를 세우는 데 무리가 있습니다. 을지로 자석 가게에 가면 다양한 자석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캐릭터을 한쪽 발로 비스듬히 서 있게 할 수 있는 자석 정도면 충분합니다. 테스트가 필요하겠죠. 발이 작은 캐릭터는 자석으로 고정하기 힘듭니다. (주의! 자석을 사용하면 신용카드가 마그네틱 부분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저도 두 번이나 겪었답니다. ^^)

 

table

두께3mm 타공철판 사용예, 철판의 중앙 부분이 늘어지는 것을 막기위해 철판의 네면을 꺾어 주었습니다.

 

질문자 Stopmo 우찬의 부가설명

전 스톱모션에서 사용되는 캐릭터 고정방식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세트 바닥면에 인형을 고정시키는 전통적인 방법을 타이다운(tie-down)이라고 합니다. 나비너트와 볼트의 장력을 이용하여 인형을 바닥면에 고정시키는 방법이죠. 캐릭터를 견고하게 고정시킨다는 장점이 있지만 움직임이 많은 캐릭터의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대형 세트일 경우 애니메이터의 허리에 무리가 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여러가지 상황에 맞는 방법들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스쿠루다운(screw-down) 방식입니다. 아래쪽에서 볼트로 고정시키는 타이다운 방식이 아니라 위에서 볼트를 사용해 직접 캐릭터의 발등 위로 고정시키는 방식입니다. 스크루다운은 타이다운보다 효율적이고 시간을 많이 절약됩니다. 그러나 액팅 중 캐릭터를 건드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캐릭터 특성에 따라서는 이 방식을 사용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 외 세트 재질에 따라서는 하루핀과 같은 고정핀이나 글루건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 스톱모션이 발전하면서 애니메이터들은 전통적인 타이다운 방식보다 좀더 편한 방식을 개발하게 됩니다. 현장에서 ‘워커’라고 불리는 일종의 지지대로, 해외에서 사용하는 리깅 방식을 변형한 것이죠. 인형의 엉덩이 쪽에 구멍을 뚫고 관절을 심은 지지대를 연결시키는 방식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무거운 물체에 와이어를 꽂아 인형에 연결시켜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후반작업 시 포토샵으로 지우면 되죠. 단점이라면 액팅에서 캐릭터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날아다닌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나 점점 이 부분에 노하우가 쌓이고 워커 또한 진화를 거듭해서 이제는 훌륭하게 작업 결과물이 나옵니다.

자석, 즉 마그네틱 타이다운(magnet tie-down)이라고 부르는 방식도 서구 애니메이터가 만든 귀차니즘의 산물이죠. 이는 영국의 몇몇 스튜디오가 먼저 사용하기 시작했고, 미국 쪽으로 넘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스튜디오 한두 군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통적인 타이다운방식을 선호하더군요. 아마 액팅 스타일이나 손에 익은 습관의 차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그네틱 타이다운은 우리나라의 워커처럼 빠르게 애니메이팅을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마그네틱의 반발력과 세트의 관계, 또는 인형의 특성을 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애니메이팅을 하는 데 동선이 크고 빠르거나, 아니면 제대로 제작된 견고한 뼈대가 아닐 경우에는 캐릭터를 컨트롤하기가 힘들다는 평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그네틱 타이다운과 전통적인 타이다운, 혹은 마그네틱 타이다운과 워커를 조합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석은 을지로 자석 가게에 가셔서 네오듐 자석을 보여 달라고 하면 여러 사이즈를 볼 수 있습니다. 카드도 조심해야지만 손도 조심해야 합니다. 구매하면 무슨 말인지 알 겁니다. 이게 자력이 엄청 강해서 서로 잘 안 떨어집니다. 캐릭터를 고정하는 데에는 꼭 어느 한 방식이 좋다기 보다는 제작 규모나 액팅 방식에 따라 애니메이터가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면 됩니다.

 

Q. 점프 장면은 어떻게 찍었나요?

A. 캐릭터를 지지할 수 있는 바(bar)를 사용했습니다.

 

 

질문자 Stopmo 우찬의 부가설명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는 대부분 캐릭터의 발을 세트에 고정합니다. 그러나 점프와 같은 동작들은 캐릭터의 발이 세트에서 떨어져 있습니다. 이때 아무런 고정장치 없이 액팅을 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스톱모션 초창기부터 스튜디오들은 이런 동작을 촬영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의 장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해외에서는 리깅(Rigging)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업계에서는 리깅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워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의 영상에 나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리깅입니다. 볼조인트를 사용해 만든 간단한 장치이죠. 이런 것 이외에도 마리오네트의 연결 줄에서 착안한 장치, 기어를 이용한 복잡하고 정교한 장치들도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 스튜디오들은 예산 절감을 위해 세트에 캐릭터를 고정시키지 않고 빠르게 애니메이팅을 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민하던 와중에 외국의 리깅 종류 중 하나를 변형해서 만든 것이 워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워커를 사용하는 것처럼,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스튜디오들은 각각 촬영 환경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리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무엇보다 적절한 과장과 축소였죠. 워낙 인기 있고 사랑받는 스타들이기 때문에 잘못했다가는 안티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하. 처음에 얼굴 디자인은 캐리커처로 우스꽝스럽게 과장하려고 했는데, 무한도전 측에서 “음, 좀 무서운데요.”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는 아직 캐리커처에 대한 인식이 대중적이지 않죠. 그래서 전체적으로 귀엽고 친근감 있게 과장하여 디자인했습니다.

 

character-1

 

Q. 표정의 변화는 어떻게 표현했나요?

A. 무한도전 영상을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출연진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봤죠. 최대한 캐릭터들의 습관적이고 특징적인 표정을 체화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 후 과장을 해야 할 부분을 정하고 표현했습니다. 예를 들어 유재석은 입꼬리 부분이 많이 움직이고, 정준하는 윗입술보다는 아랫입술이 아래로 많이 움직이죠. 그 부분을 과장하고 변화를 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얼굴의 좌우를 비대칭적으로 과장해서 애니메이션화 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비대칭적 과장을 통해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기대했습니다.

 

Q. 표정의 변화는 보통 몇 프레임으로 촬영하나요? (눈, 입, 눈썹, 깜박임의 경우)

A. 입은 기본으로 3프레임으로 하고, 놀라거나 조심스런 표정에서는 1프레임 또는 4프레임으로 촬영했습니다. 눈과 눈썹은 2프레임을 기본으로 촬영했고, 역시 때에 따라 1프레임 또는 3프레임으로도 촬영했습니다.

 

Q. 립싱크나 표정 연기의 프레임별 사진을 보여주세요.

face-2

 

Q. 녹음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립싱크를 할 때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A.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먼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후녹음을 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윌빈튼의 애니메이션처럼 제대로 된 립싱크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선녹음을 했고, 완벽하게 얼굴 표정을 만들기 위해 녹음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최대한 출연진의 표정을 실감나게 살리려고 했습니다. 립싱크를 할 때에는 얼굴 표정도 같이 바뀌기 때문에 그때그때 얼굴 표정에 집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어떤 날은 아무리 신경을 써도 인상이 잘 나오지 않더라구요. 하루에 두세 프레임 밖에 못 찍은 날도 있었으니까요. 또한 애니메이팅 과정에서 캐릭터가 쓰러져 얼굴 부분이 망가질 때에는… 그냥 캐릭터를 팍 던져버리고 싶더라구요. 하하.

 

Q. 유재석과 노홍철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대사 분량이 많아 어렵지 않았나요?

A. 특히 유재석과 노홍철은 대본에도 없는 애드립을 많이 넣어 대사가 길어졌습니다. 처음 녹음된 음원을 듣고 “뭐야! 이거”하고 깜짝 놀랐답니다. 그래서 부탁을 했죠. “저 죽습니다. 애드립 없이 원래 대본대로 좀…” 그래서 1편에서 유재석 캐릭터는 강조되는 부분만 립싱크하고, 편집 과정에서 그 부분을 반복시켰습니다. 좀 아쉬웠습니다. 최종 결과물에서 반복시킨 티가 팍팍 나더라구요.

 

Q. 일련의 연속동작 속에서 캐릭터의 샷 크기가 변할 때나, 하나의 동작에서 다음 동작의 연결을 되는 더블액션은 어떻게 애니메이팅하고 촬영하는지 궁금합니다.

A. 캐릭터의 움직임이 없을 경우에는 표정과 동작만 맞춰주면 되지만, 움직임이 있을 때는 보통 동작이 큰 부분에서 잘라주면 다음 샷에서 조금 동작이 맞지 않아도 크게 거슬리지 않게 연결됩니다. 하나의 트릭이죠. 그래도 불안하면 2~3프레임 정도를 더 촬영하고, 연결되는 다음 컷에서는 2~3프레임 정도 먼저 시작하면 편집할 때 실수가 적어집니다.

 

커뮤니티 운영자 Stopmo 우찬의 무한도전 금속관절 뼈대 설명

김우찬 감독 스톱모션 관절뼈대 ArmatureSpecialist

다국적 프로젝트 <체브라시카>의 관절뼈대 제작을 총괄한 김우찬 감독

제 직업이 뼈대제작 전문가(Armature Specialist)라는 걸 아는 분은 알 겁니다. ‘무한도전 애니메이션’에도 뼈대 제작으로 참여하였습니다.<무한도전> 아마츄어(Armature, 이하 뼈대)의 제작 컨셉은 ‘자유로운 움직임’이었습니다. 김준문 감독의 애니메이팅은 일반적인 애니메이팅보다 움직임의 반경과 동선이 큽니다. 그래서 뼈대의 기본 디자인은 김준문 감독의 평소 액팅 습관인 역동적인 움직임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사전제작 회의에서 언급된 각 캐릭터의 움직임과 스튜디오 제작환경, 그리고 재질 등 기타요소를 고려해 세부 디자인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크로마 세트 크기에 맞춘 디자인으로, 작은 사이즈와 얇은 팔다리, 큰 머리를 가진 관절뼈대이면서 세부적으로는 일반 관절보다 움직임의 각도가  30% 이상 큰 관절로 구성되었고, 뼈대형태는 알루미늄 철사 관절에 더 익숙한 김감독의 애니메이팅이 편하도록 배치한다는 제작 가이드라인이 완성되었습니다.

Armature Specialist 국내 유일의 스톱모션용 관절뼈대 전문가 김우찬 감독.

Armature Specialist 국내 유일의 스톱모션용 관절뼈대 전문가 김우찬 감독.

솔직히 얇은 팔다리에 키가 작은 사이즈의 뼈대는 가공이 힘들어 가장 꺼리는 뼈대 형태입니다. 관절 뼈대는 인체와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고 얇다는 건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약하고 빨리 마모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애니메이팅 시 특정 부분에 하중이 몰리는 뼈대의 특성 때문에 작은 사이즈는 내구성을 계산하고 보완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사가 자주 풀리거나, 아니면 과도한 마모로 인해 관절 부분에 원하는 만큼의 압력이 들어가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진행된 마모에 의해 관절이 지그재그로 움직여서 촬영 시 원치 않는 잡동작이 생깁니다. 제작공정이 일반 관절에 비해 곱에 곱으로 많아져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갑니다.

캐릭터를 세트에 고정시키기 위해 관절형 워커와 자석 타이다운, 두가지 모두를 사용할 수 있게 발과 몸통 부분을 특수하게 가공하였습니다. 손 부분은 교체형 실리콘 손 사용을 위해 나중에 브라스 튜브로 개조되었습니다. 총 제작 기간은 6주가 소요되었습니다.

 

WuchanArmature

무한도전 유재석 테스트 아마츄어

© Copyright – StopMotion Korea | Blog + Network

 

Q. 현재 근황과 스튜디오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현재 쇼타임(ShowTime)이라는 스튜디오명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으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한도전>이 13년간의 방송을 이제 마무리 했습니다. 오랜 팬으로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종방을 계기로 제가 참여했던 무한도전 클레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추억해 봅니다. 다음 글은 제가 스톱모션 코리아가 커뮤니티였던 시절, 김준문 감독과 함께 만든 인터뷰 형식의 제작기 입니다.

리나라 스톱모션 업계에서 김준문 감독(쇼타임스튜디오)은 소위 잘 나가는 감독입니다. 친화력 있는 성격도 한몫하지만 김준문표 스톱모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감독의 디자인 감성으로 빚어낸 캐리커쳐 캐릭터와 강약고저의 음악을 듣는 듯한 애니메이팅을 보고 있자면, 누구나 김준문 감독은 명확한 색깔을 지닌 작가라는 점을 인정하게 됩니다.

‘무한도전 애니메이션’은 김준문 감독의 원맨밴드같은 제작능력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인터뷰의 취지는 그의 감성과 능력이 빛나는 ‘무한도전 애니메이션’ 제작의 비밀을 기록해 보는 것입니다. 이는 제작 기술을 공유한다는 스톱모션코리아의 취지이기도 하구요.

studio

 

Q. MBC ‘무한도전 애니메이션’의 편수와 러닝타임 그리고 제작기간은 어느 정도 걸렸나요?

A. 총 3편으로, 1편은 4분 30초, 2편은 4분, 3편은 6분30초로 제작했습니다. 캐릭터 제작기간은 2달, 촬영기간은 각 편당 약 45일, 편집은 각 편당 5일 정도로 진행됐으며, 소품 제작기간을 합하면 약 8개월 동안 작업을 하였습니다. 스튜디오에서 나와 처음으로 혼자 작업을 하는 작업이었고,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프로였기에 정말 제대로 잘 하고 싶었습니다.

 

Q. <무한도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애니메이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무엇입니까?

A. 처음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전에는 실제의 움직임이 아닌 희극적이고 과장된 움직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고전영화에서 채플린이나 막스형제가 보여준 우스꽝스럽고 마임적인 움직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무한도전 출연진들은 그러한 움직임을 하기에 적합한 캐릭터들이었죠. 하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Q. 각 캐릭터의 특성에 맞는 애니메이팅을 하는 비결을 말씀해 주세요.

A. 글쎄요. 뭐 특별히 방법적인 부분은 없었고요. 무한도전 영상과 그 외의 출연 영상들을 백 번 정도는 봤을 거예요. 먼저 각 캐릭터의 움직임을 직접 해보고 몸에 익혀 체화시켰습니다. 노홍철의 저질댄스와 박명수의 쪼쪼댄스 등은 수도 없이 췄죠. (목이랑 허리가 나갔습니다.) 아직은 내공이 부족하여 무조건 익히는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들의 움직임이 어색하게 보이더라구요.

 

Infinity challenge08

 

Q. 카메라 종류와 렌즈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초당 몇 프레임으로 촬영했는지 궁금합니다.

A. 카메라는 캐논 5D, 렌즈는 EF24 – 70mm / f2.8 캐논 L렌즈를 사용했으며, 초당 기본 15프레임으로 촬영했습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프레임이 추가되었습니다.

 

Q. 사용한 조명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좋아하는 조명 톤은?

A. 조명은 필름 기어(film gear)의 600W, 300W 제품을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조명은 명암비를 크게 주기보다는 키라이트와 필라이트의 조명비를 적게 주어 중간 톤을 강조하고자 했고, 백라이트와 헤어라이트로 하이라이트를 강조했습니다.

 

Q. 크로마 촬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려운 점이 없었나요? 크로마 촬영시 주의할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1편을 제외하고는 2, 3편 모두 크로마 촬영을 했습니다. 풀샷으로 배경과 바닥까지 크로마 촬영을 했지요. 배경은 칼라만 잘 선택하면 어느 정도 쉽게 색을 뺄 수 있었으나, 바닥의 경우는 쉽지가 않았습니다. 바닥에 생기는 캐릭터의 어두운 그림자 부분은 일일이 패스(에프터이펙트의 패스)로 잘라 주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에프터이펙트의 keylight로 크로마키 작업을 했습니다.) 또한 바닥의 색이 반사되어 캐릭터에 묻어 났는데, 이렇게 구멍이 생기는 부분은 다시 색을 칠해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가 프로그램에 익숙하지가 않아 작업이 좀 더 오래 걸렸답니다. 하하.

 

Infinity challenge10

 

Q. 크로마 배경의 재질이 궁금하네요. 페인트인가요? 아니면 천? 무슨 색을 어디서 구입했는지도 말씀해 주세요.

A. 크로마는 그냥 종이를 사용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 당시에는 동대문에 가서 천을 사올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또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아서 그냥 화방에서 전지 크기의 블루와 그린색 종이를 샀습니다.

 

Q. 인형의 재질은 무엇인가요? 그 재질로 전체를 다 만들었나요?

A. 얼굴은 벤 에이큰(Van Aken) 클레이를 사용했고, 머리는 어린이 공작 재료인 아이클레이를 사용했습니다. 몸의 전체적인 형태를 만들 때도 아이클레이를 사용하고 천으로 의상을 제작하여 입혔습니다. 손과 발은 실리콘을 사용했습니다.

 

Q. 벤 에이큰 클레이가 조비(Jovi) 클레이와 달리 유분감이 많아서 우리나라에서는 잘 사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벤 에이큰은 조비와 비교해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그리고 아이클레이는 갈라지지 않나요?

A. 저도 이전 작업에서는 조비 클레이만을 사용했었습니다. 두 제품은 많이 다르더라구요. 먼저 벤 에이큰은 미국 제품이고 조비는 스페인 제품입니다. 해외에서는 애니메이션을 할 때 벤 에이큰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조비는 어린이 공작용으로 사용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처음으로 밴 에이큰을 사용해 보게 되었습니다.

두 제품은 칼라를 만드는 방법부터 다릅니다. 벤 에이큰은 열에 녹기 때문에 중탕하여 녹인 다음 조색할 수 있으나, 조비는 열에 녹지 않기 때문에 손으로 주물러 조색을 합니다. (물론 벤 에이큰도 주물러 조색할 수 있습니다.) 벤 에이큰은 유분이 많아서인지 조비보다 점성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손가락을 만들어 구부렸다 폈을 때, 또는 입을 다물었다 벌렸을 때 갈라짐이 적습니다.

벤 에이큰은 조비보다 애니메이팅을 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벤 에이큰은 점성이 좋아서 손에 잘 묻어납니다. 이는 손으로 표면을 정리할 때 불편할 수도 있죠. 벤 에이큰은 손으로 잘 밀리지 않기 때문에, 손이나 도구(헤라)를 이용해 눌러주거나 밀면서 형태의 면을 만들고 정리합니다. 손맛이라고나 할까, 그런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데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조비는 손으로 문지르거나 밀면서 형태를 만들기가 쉬워서 깨끗한 정리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조비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클레이로 만든 애니메이션적 느낌을 강조하고 싶어 벤 에이큰 클레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개인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재료는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용도와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가격 차이가 없으니, 두 제품을 처음 사용하신 분이라면 직접 사용해 보시는 것이 가장 좋겠죠.

아이클레이는 국내에서 제작된 어린이 공작용 점토입니다. 형태를 만들고 자연건조시키면 굳게 됩니다. 어느 정도의 탄성이 있으나, 심하게 휘거나 잡아당기면 갈라지거나 끊어집니다. 이것 또한 직접 사용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클레이는 굳은 후에도 가볍기 때문에, 저는 머리카락을 만드는 데 사용을 했습니다.

 

clay

좌로부터 벤 에이큰, 조비, 아이클레이

 

아래 부분은 오리지널 포스트에 달린 댓글 중에서 운영자의 부가설명, 김준문 감독에게 하는 추가 질문,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질문자 Stopmo 우찬의 부가설명

김 감독이 명쾌하게 답변을 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클레이에 대한 설명을 조금만 덧붙이자면, 벤 에이큰 클레이(http://www.vanaken.com)는 미국 스튜디오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윌빈튼 스튜디오와 현재 라이카 스튜디오의 메인 클레이죠. 중탕으로 녹여서 조색을 할 수 있고 몰드 이용으로 캐릭터 카피를 할 수 있는 등 애니메이션 작업환경에 잘 맞아서 미국 현장 작업자들이 최고의 클레이라고 칭찬하는 제품입니다. 여담이지만 윌빈튼 스튜디오 창고에서는 벤 에이큰 클레이를 포도주처럼 연도별로 숙성보관하며 사용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영국의 아드만이나 코스그로브 홀 같은 스튜디오에서는 허버트 클레이를 사용합니다. 허버트 클레이는 플라스티신 클레이의 원조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클레이는 몇 년 전 제조회사 CEO의 사망으로 생산을 중단했다가 현재 다시 사업을 재개했다고 합니다. 워낙 유럽 쪽 프로들의 지지를 많이 받아서 재생산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현재는 허버트 클레이가 뉴 클레이로 상표를 바꿨습니다. (http://www.newclay.co.uk)

그리고 아드만과 윌빈튼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클레이에 자신들의 경험으로 찾은 다른 물질들을 첨가하여 스튜디오 제작환경에 맞는 특수한 클레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클레이의 사용 시 느껴지는 유분감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알기로 그 유분은 식물성 기름입니다. 물론 유명 제품일 경우에 말입니다. 유분감에 대해서는 촬영 시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크게 거부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단, 일부 저가제품의 경우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사례가 있기에 어떤 클레이든 사용 후에 손을 씻는 버릇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Q. 치아의 재질은 무엇인가요? 치아가 보이고 안 보이고 하는 립싱크의 기준은 무엇이고, 탈부착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A. 치아는 애니메이팅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딱딱한 재료로 사용하면 됩니다.저는 흰색 스컬피를 사용했고, 상황에 따라 클레이도 사용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정형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입 모양의 변형에 따라 클레이로 치아를 만들어 줬습니다. 립싱크의 기본적인 입 모양은 시중에 나와 있는 애니메이션 책을 참고했고, 무한도전 출연진들이 영상에서 직접 보여 주는 입 모양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입 모양은 보통 대사에 담긴 감정을 따라 가는데, 치아가 보이는 지도 이에 따라 결정됩니다. 무엇인가를 강조하거나 기쁘거나 놀랄 때 등등 여러가지 상황이 있겠죠. 이런 상황과 감정을 직접 거울을 보면서 대사의 감정대로 따라해 보세요. 그러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치아의 탈부착은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윗니는 많이 움직이지 않아 탈부착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아랫니의 경우는 다르죠. 얼굴의 클레이에 직접 도구(헤라)로 구멍을 내고 치아를 붙인 후, 클레이로 다시 덮어 모양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Q. 박명수가 나오는 장면에서 종이를 펼치는 것과 글씨를 쓰는 건 어떻게 촬영한 건가요?

A. 박명수가 펼치는 종이는 애니메이팅을 해야 했기에,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반 호일을 붙였습니다. 일반 호일로도 어느 정도의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종이가 떠 있는 부분은 알루미늄 철사로 고정시켜 지지해 주었습니다. (아래 사진의 종이 오른쪽 부분에 있는 철사 참고) 글씨의 경우에는 프레임 별로 조금씩 쓴 다음, 소품 연필을 다시 해당 위치에 놓고 촬영했습니다.

 

pak-1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