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쯤 제가 뼈대를 제작했던 신협 ‘어부바 캐릭터편’ 광고가 요새 공중파에서 방송되고 있습니다. 귀여운 돼지 캐릭터와 광고의 따뜻한 톤이 잘 어우러진 스톱모션 광고죠. 국내에서 이 정도로 완성도가 빼어난 퍼펫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은 콤마 스튜디오(이하 콤마)뿐입니다.

몇 달 전 참여한 한율 화장품 광고와 이번에 나온 신협 광고를 통해 콤마가 이제껏 지향해온 스톱모션 스타일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데요. 스튜디오 공동 대표인 이희영 감독과 양종표 감독이 창업 초기부터 공들여 왔던 콤마만의 스톱모션이 한껏 물오른 듯 합니다.

콤마가 만든 스톱모션의 중심에는 캐릭터의 절제된 움직임이 있습니다. 미국 스튜디오처럼 과하지 않고 영국 스튜디오처럼 번잡스럽지도 않습니다. 감성적인 화면 구성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은 퍼펫의 움직임을 보다 보면 저절로 스토리에 빠져들게 됩니다.

오래 전 국내 스톱모션 업계에서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한창 유행했었죠. 당시 대다수의 스튜디오들이 스톱모션 콘텐츠에서 파생된 2차 상품이라는 덫에 걸려 주객전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스토리나 캐릭터의 움직임 등 정작 중요한 작품 자체의 완성도에 주력하기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았죠. 과한 캐릭터와 세트, 과도한 컬러로 화면 안을 강박적으로 꽉꽉 채우려고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야 상품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시절에 비하면 현재 콤마의 작업은 심플해 보인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도 영상을 통해 전하는 감성과 스토리의 힘은 그 당시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여백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프레임 속에서 캐릭터의 움직임을 더 돋보이게 만들고 있거든요. 이게 심플해 보여도 결코 심플한 작업이 아닙니다. 관객의 몰입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건 제작 현장에서 왠만한 내공을 쌓지 않고서는 정말 하기 어려운 일이거든요.

콤마는 국내 스톱모션 생태계에서 아주 드문 형태의 스튜디오입니다. 상업 스튜디오임에도 불구하고 무모할 정도로 독자적인 스타일과 제작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런 열정과 용기 덕에 콤마의 작업 완성도는 세계적인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스톱모션의 가치가 평가절하된 국내 시장에서 그만한 완성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늘 걱정 어린 마음으로 콤마의 행보를 지켜보게 됩니다.

한국 스톱모션 분야는 여러 이유로 인해 업계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그 규모가 축소되었습니다. 이런 척박한 상황에서 콤마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스톱모션 스튜디오의 독자 생존을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한국 토종 스톱모션의 미래를 예견해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든 콤마의 노력이 한국 스톱모션의 미래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