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분야에서의 2000년대는 저에게 대단히 흥미로운 시기입니다. 제가 영상업계에 입문했을 때만 해도 ‘1인치’라고 불리던 아날로그 VTR 방식의 장비를 사용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이게 필름 방식에서 벗어난 선구적인 영상편집 장비라는 설명을 제 선임에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가의 첨단 장비를 보유한 편집실은 유명 대기업의 자회사였습니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개개인이 컴퓨터 하나로 전문적인 영상을 만들고, 배급까지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소수의 전문가 집단에서 영상 작업을 하던 환경이 2000년대 들어서는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결과 정신없이 쏟아지는 영상물의 홍수와 더불어 수준 낮은 쓰레기 작업물이 하루가 멀다고 양산되는 어두운 면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영화사의 초창기라고 불리던 시대 이래, 개개인의 아이디어와 실험 정신이 이처럼 빛나는 시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분야든 발전의 토대는 다양한 실험과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스톱모션 분야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난 세상은 아닐 겁니다. 그런 면에서 젠 스타크(Jen Stark)라는 작가의 실험에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스타크는 우리에게 생소한 Paper Construct란 직업을 가진 아티스트입니다. 종이를 잘라 추상적인 형태의 작품을 만드는 작가죠.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프레임 단위로 촬영해 조소가 아닌 또 다른 형식을 창조했습니다. 그녀 자신은 이 기법을 ‘Papermation’이라고 부릅니다.

스타크의 작품은 종이로 된 일련의 패턴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내러티브를 가진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정적인 작품을 동적인 형태로 실험했다는 점과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분야에서 기법을 차용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판단하기에 앞서 누군가의 창조적인 실험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