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소식을 주고받던 와중에 현재 제작이 진행되고 있는 <코렐라인(Coraline)>의 영상들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기존에 영상 몇 개가 온라인에 올라와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코렐라인>을 제작한 스튜디오에서 정식으로 올린 비하인드 영상이 업로드되었습니다. 개봉도 하기 전에 비하인드 영상부터 올리다니 기발한 마케팅 전략입니다. 이번 비하인드 영상에서는 이 작품의 감독인 헨리 셀릭과 친분이 있는 몇몇 친구들의 인터뷰도 볼 수 있습니다. <코렐라인>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제게 견적 의뢰가 들어왔던 작품이어서인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헨리 셀릭 감독의 작품이기에 몹시 기대가 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코렐라인>을 제작하는 라이카(Laika)는 원래 윌빈튼 스튜디오(Will Vinton Studios)였습니다. 그러나 윌빈튼 스튜디오의 소유주가 바뀌고 사명을 라이카로 변경한 이후, 한때 라이카의 향방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코렐라인>은 호사가들의 입방아를 뒤로 하고 라이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내놓는 첫 장편이기에 큰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라이카에게는 스튜디오의 색깔과 방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은 약 2년 전쯤 라이카에서 제게 스케줄 확인하고 뼈대 견적을 의뢰하고자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제 친구이자 <코렐라인>의 애니메이션 디렉터인 안소니는 그해 겨울 라이카 스튜디오 근처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감안해 보면, 현재 <코렐라인>은 촬영만 약 1년 7개월간 진행한 상황입니다.  최고의 스텝들이 긴 시간 동안 제작에 참여한다는 점을 보면, 라이카에서 얼마나 <코렐라인> 개봉에 전력을 기울이는지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 개봉작을 봐야 작품의 완성도나 작품성을 알 수 있겠지만, 유튜브에 공개된 비하인드 클립만 봐도 <코렐라인>의 뛰어난 완성도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셀릭 감독의 작품은 팀 버튼 감독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일반 대중보다는 마니아층에 의해 흥행 성적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가 감독했던 기존 작품의 흥행 성적을 미루어 보면, 이번 작품도 여타 CG 애니메이션이나 디즈니 작품의 흥행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라이카의 든든한 뒷배경으로 거대 자본을 가지고 있는 필 나이츠 나이키 회장이 작품의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굉장히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코렐라인>의 예고편만 봐도 이 작품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깁니다. 그리고 사실 흥행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역대 어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도 <코렐라인>처럼 개봉 전 대규모 마케팅을 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라이카의 공격적인 행보를 지켜보고 있자니, 벌써부터 내년도 아카데미 장편애니 부문이 얼마나 치열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픽사와 디즈니 연합, 나이키와 라이카 연합, 그리고 드림웍스가 벌써 참전을 선언했습니다. 정말 내년 애니 시장은 헐리우드 영화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거대 스튜디오들의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반해 영국의 아드만과 소니 연합은 관망하며 내부적인 문제로 숨을 고르고 있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이 두 스튜디오의 불참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는 물량 공세의 거센 전투를 예상한 두 섬나라의 영리한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찌 되었건 2009년 2월 <코렐라인>이 드디어 개봉합니다!!!!